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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마라톤 완주 후기
오늘 하루는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첫 마라톤을 완주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었다. 기상청에서는 오전부터 비가 내릴 거라 예보했지만, 나는 이미 몇 달 동안 이 대회를 위해 준비해왔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출발선에 서자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수천 명의 달리기 애호가들이 비옷과 모자를 쓰고 출발선에 모여 있었다. 내 마음은 설렘과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출발 신호가 울리고 우리는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 5km는 놀라울 정도로 쉽게 느껴졌다. 비로 인해 공기는 시원했고, 도로는 반짝이며 도시의 풍경을 새롭게 비추었다. 내 몸은 리듬을 찾아가며 페이스를 유지했다. 10km 지점을 지나갈 때는 비가 조금 더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내 체온을 적절하게 유지해주는 듯했다.
하지만 15km를 넘어서자 첫 위기가 찾아왔다. 장대비로 변한 비는 내 신발을 흠뻑 적셨고, 발바닥이 물러져 불편함이 느껴졌다. 더욱이 내 다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했고, 호흡은 점점 거칠어졌다. 그러나 길가에서 응원하는 관중들의 함성과 격려가 나를 포기하지 않게 했다. 그들 역시 비를 맞으며 우리를 응원하고 있었다.
20km 지점, 이른바 ‘벽’에 부딪혔다. 체력은 급격히 떨어졌고 근육은 아프기 시작했다. 빗물이 눈으로 들어가 시야가 흐려지고, 몸은 이미 지쳐있었다. 다른 참가자들도 비슷한 고통을 겪는 것 같았다. 몇몇은 걷기 시작했고, 몇몇은 포기하고 코스를 이탈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25km를 지나자 두 번째 바람이 불어왔다. 비는 잠시 약해졌고, 나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다. 비에 젖은 도시의 풍경이 아름답게 다가왔고, 물웅덩이를 밟을 때마다 튀는 물방울들이 마치 내 성취를 축하하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페이스를 올리고 더 많은 참가자들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35km에 이르자 진정한 시험이 시작되었다. 몸은 극도로 피로했고, 모든 근육이 저항했다. 비는 다시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고, 바람까지 불어와 달리기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미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남은 7km, 고통스러웠지만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40km 지점, 결승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고통과 피로가 사라진 것 같았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관중들의 환호성이 우렁차게 들렸다. 남은 2km를 달리며 나는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던 날, 훈련 중 겪었던 고통, 그리고 오늘의 비와 싸웠던 모든 순간들을 떠올렸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 비에 젖은 얼굴에는 땀인지 빗물인지 눈물인지 구분할 수 없는 물방울들이 흘러내렸다. 내 첫 마라톤, 그것도 비가 내리는 힘든 조건에서 완주한 것이다. 기록은 4시간 15분, 목표했던 시간보다는 조금 느렸지만, 완주 자체가 큰 승리였다.
메달을 목에 걸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길,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청명했다. 이날의 경험은 단순한 마라톤 완주를 넘어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주었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결국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비가 내리던 그날의 마라톤은 내게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 맑은 날 달리는 마라톤도 좋겠지만, 비 오는 날의 도전과 극복의 기억은 더욱 선명하게 내 마음속에 새겨질 것이다.